
모범 답안이 없는 문제
제네시스 GV70과 BMW X3 사이에서의 선택 장애. 중형 고급 SUV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아닐까?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건 이성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두 차량을 비교해 본다. 주관적인 판단이니 태클은 사양한다.
브랜드 인지도, 크기, 외관, 내관, 주행성능, 가격으로 나누어서 비교하겠다. 전문가가 아닌 그냥 자동차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읽어주기 바란다. 전문적인 용어나 메커니즘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말해줘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표현하는 방식도 서툴고 두리뭉실할 수밖에 없으니 재미 삼아 참고용으로만 보자.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치
브랜드 가치에 있어서는 BMW가 많이 우세한 것 같이 보인다. 비록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BMW와 비빌 정도는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가치
국내로만 한정해서 비교한다면 엇비슷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받으려면 적어도 G80이나 G90 정도 급은 되어야 돈이 있어도 사회적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산차를 탄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G70, GV70 체급에서는 그런 말을 하기가 사실 좀 애매한 위치 아닌가?
그리고 두 차종을 고민하고 있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성이 있다면 그래도 BMW 마크를 선택하지 않을까? 요즘 카푸어가 많아지고 길거리에 흔해 빠진 게 수입차라서 BMW를 양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혈기왕성한 청년 혹은 나이 든 아재라 할지라도 남자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브랜드가 BMW라고 생각한다.
크기
제네시스 GV70 가솔린 터보 2.5 스포츠 AWD |
BMW X3 xDrive 20i M Sport |
|
전장 | 4,715mm | 4,710mm |
전폭 | 1,910mm | 1,890mm |
전고 | 1,630mm | 1,675mm |
휠베이스 | 2,875mm | 2,865mm |
공차중량 | 1,845kg | 1,895kg |
트렁크 | 542L | 550L |
제원상 전고를 제외한 크기는 제네시스 GV70이 더 크다. 그런데 실내에 앉으면 오히려 X3가 더 크다고 느껴진다. GV70은 루프가 살짝 떨어지는 쿠페형 디자인으로 손해 보는 공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트렁크는 확실히 X3가 크다. 이건 바로 체감될 정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열 공간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에 주로 1~2명이 타는 경우라면 두 차량이 큰 차이가 없다. 2열은 전고가 높은 X3가 더 쾌적한 느낌이 있지만 건장한 덩치의 남성이 장시간 탑승한다면 불편한 건 마찬가지이다. 주로 탑승하는 인원이 어떤지 본인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면 좋겠다.
외관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니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GV70은 쿠페와 비슷한 라인이라 날렵해 보이는 면이 있지만 차체가 작아 보인다. X3는 살짝 스쳐 지나가듯 앞모습을 보면 X5라고 착각할 정도로 체구가 커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보다는 BMW의 키드니 그릴이 이쁘다.
내관

전체적인 분위기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은 GV70의 압승이라 생각한다. 도어를 열었을 때 '아! 이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금은 자주 봐서 그 감동이 덜하지만 처음 봤을 때는 확실히 압도적인 럭셔리함이 전해진다. 그에 반해 X3의 내부는 올드함이 묻어난다. 이제는 대대적인 내부 변화를 한 번 줄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시트 및 마감재
GV70의 시트 가죽은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대신에 시간이 지나면 울거나 해질 염려가 높아 보인다. 피부가 닿는 곳곳에 부들부들한 감촉이 전해지는데 가죽인지 플라스틱인지는 모르겠다. 반면에 X3의 시트 가죽은 질기고 딱딱한 느낌이지만 오래 사용해도 해지는 부분 없이 튼튼할 것 같다. 착좌감은 GV70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주행성능
정숙성
조용한 것만 놓고 보면 둘 중에 GV70이 더 조용하다. 더 할 말이 없다.
달리기 능력
엔진 차이 때문에 순수 달리기만 비교하면 GV70이 훨씬 잘 나간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확실히 밀어주는 힘의 차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미션의 차이인지 직결감(?)은 X3가 더 좋은 것 같다. GV70은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엔진이 헛도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승차감
이 승차감이라는 것도 상당히 주관적인 항목이다. 물침대 같은 꿀렁꿀렁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바닥의 상태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딱딱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딱딱함이 아니라 단단함이라고 표현하는 건가?
두 차량 모두 출렁이는 느낌은 아니다. 딱딱하고 단단한 것 같은데 두 차량이 무언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다르다.
주행 성능은 X3가 월등하다고 소문이 나 있지만 큰 차이는 느낄 수 없다. 뭔가 다르긴 한데 아주 거슬리고 불편할 정도가 아니라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하다.
가격
실제 가격 차이
제네시스는 기본 깡통에 인디오더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이라 딱 정해진 금액이 없다. X3와 비슷한 옵션으로 맞춰 계산해 보면 약 1,0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거라 예상한다. 물론 X3 40i 모델과 비교하면 3,00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지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트림으로 가정한 것이다. 자, 1000만원을 더 주고 프리미엄 수입차를 살 것인가? 그 돈을 아껴서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를 살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이다.
심리적인 가격 차이
실제 성능상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할지라도 아니 스펙상으로는 더 앞선다 해도 세상 모든 제품이 성능 하나로만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그 뒤에 숨은 가치를 쏙 빼놓고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GV70은 좀 비싸지 않나?.
제네시스 브랜드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지만 이 브랜드 가치라는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만큼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도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간도 필요하다.
내리지 못한 결론
두 차량을 6가지 측면에서 비교했을 때 선택을 좌우할 만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없다. 그래서 철저히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본인의 성향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합리적인 소비가 우선인 사람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제네시스 GV70을 선택하라. 각 항목마다 조금씩 부족함이 있다 할지라도 차량 가격의 15%를 더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거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철저하게 비용을 줄인다는 생각만 하자.
감성 만족도가 중요한 사람
돈을 조금 더 쓰는 걸 감안하더라도 감성을 쫒는 사람이라면 BMW X3를 구매하라. 제네시스보다 BMW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보증기간이 끝난 후의 수리비? 걱정하지 마라. 애프터마켓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제네시스 수리비 대비 1.5배 정도를 예산으로 잡으면 넉넉하다.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고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데 1,000만원 정도 더 쓰는 건 대수롭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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